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매우 간단하다. 어느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시스템이지만 그보다 본원적인 이유는 정치적 제도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국가들의 예를 들어 튼실하게 논리를 증명하고 있다. 왜 북한과 대한민국이 지리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위치하는데 지금과 같은 부의 커다란 차이를 갖게 되었는지? 과거 부를 축적했던 강대국들이 지금에 와서는 가난한 국가가 되어 버렸는지,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금의 강대국이 된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성공의 요인이 무엇인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의 획기적인 증대를 이룰 수 있었던 다양한 혁신, 상황의 변화들이 존재했다. 증기기관의 발명, 해상 무역의 중흥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변화들은 대부분 기득권의 권력이나 부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거나, 특정 집단이 독점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정하고 개방된 정치적 제도를 만들어 합리적, 민주적으로 발전한 국가는 그 기회를 부의 증대로 만들어냈지만 반대로 독재와 탄압으로 독점하는 정치적 제도를 만들어낸 국가는 결국 내전, 다른 국가의 침탈, 생산성, 경쟁력의 저하로 인해 후진국으로 변모되었다.
결국 한 사회, 국가가 얼마나 공정한 제도, 정치적 성취를 이루어내는지가 해당 국가의 흥망을 결정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아주 적절한 시점에서 민주화로의 전향을 이루어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독재체제가 지속되었다면 아마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퇴행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외형은 민주적인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제도가 움직이는 내부 동력은 부패해 있다. 권력 독점을 향한 무한경쟁을 향해 전체 국가가 달려가고, 빈부격차는 나날이 증가되고 있다. 아마도 이에 대한 대가를 경제적으로도 언제인가는 치러야 할 것이다.
혹자는 박정희 정권 시대를 예를 들어 강력한 독재체제, 엘리트주의의 장점을 언급할는지 모르겠으나 그 주장은 결과론적인 주장일 뿐이다. 과연 지금의 성공이 독재정권의 긍정적 유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독재체제로 인해 건강하지 않은 국가적 가치관을 갖게 되었을 뿐이고, 그 점이 대한민국의 다음으로의 도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경제/경영 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정치인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