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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20 CEO가 알아야 할 신사업 평가의 본질적 문제

CEO가 알아야 할 신사업 평가의 본질적 문제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EO는 데이타와 개인적 신념을 의사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의사결정 포인트를 가지고 통찰력 있는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렵다. 신사업을 추진하는 CEO는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사업의 올바른 평가를 위해 CEO들이 고려해야 하는 의사결정의 포인트들을 짚어본다.
 
경영의 구루로 칭송 받는 피터 드러커는, 현재의 리더 기업이 30년 후까지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핵심기술은 진부화 되고, 시장은 성숙해지며, 산업 자체가 쇠퇴할지도 모르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신사업을 추진한다.  
침체하는 PC산업에서 애플은 아이팟 신사업으로 성장의 길에 들어섰고, GE와 IBM은 서비스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성장 모멘텀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신사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더 큰 문제는 신사업 하나만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존망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쌍용, 진로 등 국내 우량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것도 바로 잘못된 신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실패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은 CEO들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데이타와 개인적 신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CEO들에게 믿고 의지할 거리를 찾게 만든다. 그래서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나 숫자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다.  

숫자가 지니는 명확성과 가시성은 의사결정자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더구나 광범위한 시장 리서치와 계량적인 분석에서 도출된 숫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물로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CEO들은 최종 의사결정에서 객관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숫자가 도출되기까지의 가정, 추정의 근간이 되는 시장 상황보다 숫자 그 자체를 중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경우다. 예를 들어 ‘3년 내에 매출 3천억원이 가능한가?’라고 기준을 제시하는 CEO에게 올바른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CEO는 매출의 결과보다는 매출을 일으키는 전략 방향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숫자 못지 않게 의사결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CEO의 자기중심적 독선이다. 인간은 누구나 심리학적으로 편향확증(Confirmation Bias)이라고 하는 자기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의 신념에 응하는 것들은 쉽게 믿거나 찾게 되는 반면, 자신의 생각과 모순되는 것들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조직의 역사,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근거한 신념이 편향확증에 의해 부정적 독선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의 자동차 신사업 실패, 코카콜라의 게토레이 인수 포기와 뉴코크 신사업 추진, 러버메이드(Rubbermaid)사의 신사업 방안 등과 같이 CEO 독선에 의한 실패 사례는 수없이 많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의 참모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사업을 평가해야 하는가?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블링크’를 보면 재미있는 사례가 나온다. 연주단원을 뽑는 오디션에서 장막을 치고 심사를 하기 시작하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예전에 비해 여성과 흑인 단원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도입한 장막 오디션은 피부색과 성별에 관한 편견을 제어하고 좋은 소리라는 평가의 본질이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심사위원의 정확한 판단을 도운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모델로 평가 받는 신사업의 경우에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CEO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신사업을 포장하고 있는 계량화된 자료, 혹은 개인적인 신념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CEO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사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오디션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장막을 설치한 것처럼 CEO들에게도 신사업의 올바른 사업성을 평가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도구가 필요하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CEO의 네 가지 핵심 질문(Key Questions)  

사업은 크게 고객, 경쟁, 역량의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모든 CEO들은 이러한 요인들을 살펴보고 사업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그러나 각 요인의 핵심을 짚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그 부분에서 올바른 의사결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이 갈리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신사업의 사업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CEO들이 던져야 할 Key Question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Key Question 1. 통계 자료 너머에 있는 고객의 마음속 소리를 들었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시장 규모 자료, 계량화된 고객 서베이(Survey) 자료가 가지는 맹점은 문항을 만들고 자료를 만드는 사람의 사고 틀에서 고객의 니즈가 규격화된다는 점이다. 즉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매력타점(Sweet Spot)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력타점이란 소비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심리적 혜택이자 고객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Unmet Needs) 중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최우선의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매력타점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정성적인 소비자 조사다. 표적집단 면접법(Focus Group Interview), 래더링(Laddering) 테스트, 참여관찰법처럼 고객의 표현을 직접 듣고,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CEO들은 고객의 소리에 대해 정량적인 자료보다는 이러한 정성적인 방법을 통해 도출한 결과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의사결정에 참고해야 한다. 실제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정성적인 소비자 조사를 의사결정의 중요한 자료로서 활용하고 있다.

인텔의 사례를 보자. 인텔은 첨단 기술의 개발만으로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고자 하지 않는다. 고객이 진정으로 그 가치를 느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인텔은 PPR(People and Practice Research)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류학 및 사회학 전공자로 구성된 이 연구팀은 TV, 집, 거리 등에서 볼 수 있는 세계 각국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인텔은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열망을 이해하고,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신제품 개발의 중요한 아이디어로 활용한다. 현재 인텔의 주력 노트북 PC 플랫폼인 센트리노 개발도 당시 사람들이 휴대용 PC를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요한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한 결과였다. 현재 인텔은 2004년에 비해 PPR 연구 인력을 3배가 넘게 증원했다고 한다.   

Key Question 2. 기존의 게임룰을 바꿀 수 있는가?  

기업의 신사업 중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상품을 발명해서 사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이미 경쟁업체가 존재하고 이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의 측면에서 CEO들이 의사결정 재료로써 주로 활용하는 것은 경쟁사 대비 매출 확대 방안과 원가 절감 방안 같은 것이다. 경쟁사와는 달리 어떠한 차별적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해 매출을 확대할 것인지, 경쟁사에 비해 어떻게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물론 이러한 전술적인 자료도 중요하지만 CEO가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존의 경쟁 구도를 파괴하고 새로운 게임룰을 창조할 수 있겠는가의 여부다.   

기존의 게임룰을 깨트리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은 경쟁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다. 그들의 경영 프로세스, 사업 구조 등이 기존의 게임룰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룰의 파괴는 기존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 사업 구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신생 PC 생산업체 델(Dell)은 컴팩, HP, IBM 등 기존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게임룰을 가지고 시장에 들어왔다. 규격화된 최신형 컴퓨터를 소매상을 통해 공급하는 게임을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으로 고객에게 직접 배달하는 게임으로 바꾸었다.  

즉, 기존의 게임이 R&D를 통한 컴퓨터 성능 향상과 강력한 유통망 확보 여부가 승패를 가른 반면, 델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부품을 제때 공급받아 적시에 배송하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역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에 델의 경영진은 R&D비용을 경쟁 기업 대비 10% 수준으로 과감히 줄이고 공급자 관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PC의 원조 업체격인 IBM은 PC 사업을 매각하고, 델은 세계 1위 PC 업체로 올라 설 수 있게 되었다.   

첨단 사업뿐만이 아니다. 전통 상품인 가구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케아(IKEA) 역시 기존의 게임룰을 바꿔 시장에 진입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경우다.  

이케아는 상대적으로 값비싼 완제품 가구를 주택가 인근의 중소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기존의 게임룰과는 다르게 시장에 진입했다. 교외 대형 매장에 쇼룸 형태의 전시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옵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가구를 고객이 직접 조립하고 배송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조립식과 대형 매장의 차별적 게임 룰은 강력한 원가 절감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경쟁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를 극복할 수 없게끔 되었다.   

경쟁 가구 업체들이 4~5조원 규모의 매출에 머물러 있는 동안 이케아는 전세계 24개국 196개의 매장에서 18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Key Question 3. 내부 역량에 국한된 근시안적 시각(Myopia)에서 벗어났는가?

과거에는 자신이 가진 기술, 인력 등 내부 역량만을 가지고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정보의 공유가 힘들고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이 중요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이 유용했다.   

하지만, 현대인의 대표적 필수품인 핸드폰을 보자. 초창기의 핸드폰과 달리 현재의 핸드폰은 카메라, MP3, DMB, 메모리 칩 등 통신 기기 이상의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이 모든 기능을 한 기업이 직접 개발, 제조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현재의 사업 역량은 주변의 역량을 자신의 목표에 맞게 어떻게 결합 시킬 수 있을 건인가에 달려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CEO들이 과거의 아날로그의 평가 방식을 준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자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의사결정에 매달린다는 점이다. 신사업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만으로 신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CEO들은 남들과 차별적인 게임 룰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핵심역량이라고 할 지라도 외부에서 역량을 보충, 조달할 수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다. 핵심역량의 내부화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핵심역량을 어떻게 조달, 육성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의사결정의 중요 포인트로 삼는 것이다.    

애플의 사례를 보자. 2001년 신사업으로 추진한 아이팟(i-Pod)은 적자 위기에 처해 있던 애플을 순이익률 10% 수준으로 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업이다.  

당시 아이팟은 MP3의 후발 제품이었다. 애플은 기존의 플레시 메모리 기기 중심의 MP3 시장을 고객이 원하는 음악을 최대한 많이 들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시장으로 게임룰을 바꾸었다. 이러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음악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컨텐츠,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음원 확보, 이를 결제할 수 있는 온라인 뱅킹, 보다 많은 음악을 저장할 메모리 용량이 필요했다.  

애플의 경영진은 적극적으로 부족한 역량을 외부에서 조달하도록 했다. 인터넷 컨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텐츠 설계 회사를 인수했고, 다양한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니, EMI 등 메이저 음원사와 제휴을 맺었다. 온라인 뱅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사와도 직접 제휴를 맺었다. 또한 기존의 플래쉬 메모리에서 다소 외형이 커지더라도 용량이 큰 HDD 메모리를 주요 부품으로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Key Question 4.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할 수 있는가?

대다수의 CEO들은 매출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에 신사업의 예상 매출액이나,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 성장률보다 CEO가 의사결정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이 사업을 통해 시장 트렌드가 만들어 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만드는 기폭제가 바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트렌드가 된다는 것은 틈새 시장(Niche Market)이 아니라 대중화된 시장(Mass Market)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의 아이팟이 기존의 매킨토시와 같은 시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의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팟의 문화, 소위 ‘iLife’의 트렌드가 대중 속에 뿌리내림으로써 엄청난 수요가 창출된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형 할인점이라는 사업 모델로 시장에 진출했다. 사업 시작 후 불과 10년도 안되어 매출 5조 원을 달성한 이마트의 성공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 시켰다는 점이다. 기존 가정 주부 단위의 소규모 생필품 장보기 문화를 가족 단위의 쇼핑 문화로 바꾼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영국기업으로 세계 3위의 인테리어 대형 유통업체(Home Improvement Big Box Retailer) B&Q가 대만에 진출할 때, 본사 경영진들이 주목한 것도 바로 새로운 트렌드의 가능성이었다.  

당시만해도 대만에는 직접 주거 시설을 개선하는 DIY(Do It Yourself) 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B&Q의 경영진은 DIY 방식이 대만 사람들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주거의 형태, 국민 소득의 향상,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기존 시장의 서비스 품질 등을 통해 DIY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 B&Q의 경영진들은 대만에 진출할 것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DIY 문화를 홍보했다. 그 결과 대만은 B&Q가 진출한 지역 중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숫자나 전술보다는 큰 그림을 보아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계량적인 숫자나, 경쟁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등의 전술적인 문제는 실행 부서가 고민해도 충분하다. 오히려 가정과 추측이 난무하는 세부 정보에 매달리기 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향후 게임룰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시장 트렌드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하는 보다 커다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CEO가 필요하다.

LGERI 유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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