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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昇進)의 비극?

2006.09.12 21:17 from Life note

작년에 제가 잘 아는 후배가 그 회사에서 마케팅부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 했지요. 승진이란 축하 받을 만한 일이니까요.

살아가면서 희로애락이 많이 있지만 기억에 남을 만큼 기쁜 일은 몇 가지로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통계 조사를 한 것을 본 적 있습니다.

'언제 가장 기뻤냐'는 질문이었는데 다음 네 가지가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습니다.

-대학에 합격했을 때,

-배우자를 만났을 때,

-아이를 낳았을 때,

-그리고 승진(Promotion) 했을 때였습니다.

승진 중에서도 ‘과장 승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군요.

아마 자기가 관리해줘야 할 후배 직원(부하 직원)이 생기기 때문에,

그리고 ‘과장님’하는 호칭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모든 이의 축복을 받으며 마케팅부장으로 승진된 후배가

요즘 매우 우울해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회의를 갖고 있다고 하더군요,

무슨 일일까요…?

오늘은 ‘승진(昇進)’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서 얘기 드리겠습니다.

승진을 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상황 변화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1.사회적 위상의 변화(social position)

  :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 이사님….하는 호칭에서 그 변화를 느낍니다. 매우 기분이 좋죠.

   어디를 가도 괜히 떳떳해지고 자랑하고 싶고 호명 당하는 것을 환영하게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아마 ‘급여의 상승’보다 더 큰 기쁨의 요인이 될

   것 입니다.

2.급여의 상승

  :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승진을 하면 버는 ‘돈’이 많아집니다.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 지는 것이죠.

   과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면 연봉 기준으로 100만원~300만원 정도 급여가 오르는 게

   보통입니다. 월급으로 보면 10~20만원 정도 오른다는 얘기죠.

   (앞에서 언급한 부장 승진한 그 후배는 월급이 7만원 올랐다고 하더군요…) 

3.부하 직원(follower)

  : 본인은 리더(leader)가 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order하는 대로 따르고

   그의 지시를 기다리는 그룹입니다.

4.역할의 변화(role change)

  : 자기가 계속 해왔던 job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매우 중요한 변화인데,

   새로운 job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 그럼 이러한 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생각해봅시다.

먼저 1번의 경우, 석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그 효력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넉넉잡아 반 년 정도 지나게 되면, 호칭은 익숙하게 들리고 주위 사람도 더 이상 축하해주는 사람은 없어지게 됩니다. 드디어 그 변화된 위상에 익숙해 지는 것이죠.

다음 2번의 경우,

승진을 하는 순간부터 축하턱을 낸다고 돈을 쓰게 됩니다.

가족, 친지, 친구, 부서 동료, 관련 부서 동료, 기타….. 어떤 사람들은 한 달 내내 축하턱, 신고주를 산다고 일정이 바쁘더군요. ^^

계속되는 축하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면 남는 것은 카드 영수증, 이리 저리 따져보니 적게는 50만원 내외에서 많게는 200만원 내외까지(친구들 등쌀에 단란주점에 한번만 다녀오면 큰 타격이지요) 지출이 되어있는 상태지요. 경제공황..

그 해에 오른 연봉만큼 고스란히 빠지는 셈입니다.

(물론 알뜰하게 save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기분만 낸 셈이고 실익은 적은 한 해가 될 겁니다.

3번의 부하가 생긴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즐겁고 뿌듯한 일이지만 ‘육성’의 의무를 생각하면 신경 쓸 곳이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따르는 사람, 수행자’로서의 부하의 개념이 있는 반면에

‘평가자’로서의 부하의 개념도 있습니다.

매일 매일 가장 근거리에서 지내면서 리더의 스타일, 감각, 추진력, 설득력, 지적 능력은 물론 작은 습관까지도 상세히 알게 되는 ‘평가자’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 그룹은 구전을 일으키는 핵심 그룹입니다.

마지막으로 4번 역할의 변화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변화입니다.

잔인할 정도로 큰 변화입니다. 어떤 잔인한 변화냐구요?

생각해 봅시다.

어제까지는 대리였는데 오늘부터는 자리가 바뀌어서 과장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원 때는 일을 참 잘했다고 소문난 사람이 과장 때는 헤매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승진 한다는 것은,

승진이 되기 까지 승진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던 능력을 과감히 버리라고,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실무를 열심히 해왔고, 기획서 작성 능력이 좋고, 프로모션에 대한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계수 분석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조사 설문지 구성능력이 탁월하고, 신상품 코드 등록 능력이 좋고, 등등 익숙하고 자신에 차있었던 그 업무들을,

고스란히 후배 사원들에게 넘겨줘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한 부장이나 이사를 ‘대리급 부장, 대리급 임원’이라고 부르기도 하잖습니까.

승진한 사람 앞에는 새로운 job들, 예를 들면

방향과 비젼을 제시하는 일, 육성을 시켜줄 시스템이나 제도를 알아보고 프로그램을 물색하고 대화하는 일, 고충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나은 길로 이끌어 내야 하는 일, 일을 적정한 사람들에게 분배하여 주는 일, 다른 부서와의 갈등을 해결해 줘야 하는 일, 외부의 관련 인사들을 만나고 사귀고 교분을 맺는 일,           

컨셉을 조정해 주는 일, 새로운 영역 발견을 유도하는 일, 사람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누구나 인정하게 평가하는 일

등등의 job들이 눈 앞에 닥치는 것입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은 따로 있는데 아직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job을 해야만 하는 겁니다.

사원은 사원 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있고 대리는 대리 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있고

과장은 과장 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있고 부장은 부장 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있고

임원은 임원 때 잘해야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극단적으로는’ 과일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옷 장사를 하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 쉽겠습니까.

이것이 승진의 개념입니다.

여러 기분 좋은 일들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힘들게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주어지는 것입니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황하고 전전긍긍 땀 흘립니다. 그리고 그가 하던 익숙한 업무들을 후배가 하는 것을 보면 당장이라도 자기가 빼앗아 금방 해내고 싶어합니다. 자기의 장기였으니까. 부족한 점이 바로 눈 앞에 보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후배 육성이 안되니까 속이 탑니다.

누구든 새로운 job은 두렵고 멀리 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변화가 어느 날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예고도, 손쓸 틈도 없이.

1월 1일, 3월1일, 9월 1일.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이런 변화에 어떻게 해야 당황하지 않고 적응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시각의(view point) 확보’입니다.

평소에 상사의 입장에서 일을 구상해보고 판단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사가 의사 결정한 것과 비교해보도록 해야 하지요. 그러면서 시각이 점점 더 넓어지게 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상사는 ‘결정적’으로 어떤 것을 고민할까?’

업무와 사람으로 구별해서 같이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능력’보다 ‘시각’이 우선입니다.

‘능력’은 그래도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각’은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습니다.

‘능력’은 빌려 올 수 있지만 ‘시각’은 빌려 올 수 없습니다.

시각을 잘 가꿔 온 사람들은 승진을 하자마자 대단한 능력을 보이게 됩니다.

전혀 당황함 없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을 처리해 갑니다.

승진을 원하십니까?

시각을 키우십시오.

<(주)CJ 마케팅실장 김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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