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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4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편히 쉬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을 때 난 굉장히 많은 것이 변화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한 변화를 기대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민을 위하고 누구보다 이상적이고 정의로운 비전을 갖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어떤 대통령보다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가장 흡사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연일 계속되는 사건과 이슈의 중심에서 대통령임에도 과거부터 내려오던 권력을 갖고 있던 보수층과 계속되는 싸움을 해야 했고 그런 진흙탕 정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기득권을 갖고 있는 권력계층의 힘이 이렇게 강한지 새삼 알게 되었고, 올바른 이상만으로는 좋은 대통령이 될 수는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내가 느꼈던 모습은 강남 대치동 초등학교에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아이가 학생회장이 되었으나 선생님도, 모든 반의 반장도, 학부모들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무엇이라도 하나 하려고 하면 모두 딴지를 거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세상 힘의 대부분을 가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는,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모두를 다정하게 포용하며 일을 도모하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시간이 없었고 자존심이 강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보다 아침에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정확하게는 관심으로 갖게 된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통로를 찾지 못해서가 맞겠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차피 그렇게 진통만을 거듭하다 말겠구나 라는 생각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쉽게 포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이명박 정권을 보면서는 관심을 갖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서거했다. 그 소식 앞에서 내가 느꼈던 심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어쩌면 난 그를 통해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정의, 순수 같은 개념들을 아직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그 모든 것의 종결과 기대할 대상의 부재를 의미해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모든 상황을 떠나서 남편, 아버지, 친구, 동료였던 그를 잃은 가족과 지인들의 슬픔, 한 인간의 죽음 자체가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미안했다. 만일 그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생각과 가장 비슷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쉽게 포기했고 무관심했다. 아마도 그의 죽음이 없었다면 무관심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냉담 했던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모두가 그리는 사회를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도 같다. 우리는 강력한 신뢰를 갖기 보다 너무 쉬운 비판과 포기를 선택했다. 그것이 지금 당장 참 부끄럽다.

 



희망을 잃어버린 상황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드셨음을 몰랐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역경 앞에서 너무나 당당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당신이 지켜내야 할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의 힘듦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 앞에서 앞으로 한 국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를 고민할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당신의 이루고자 했던 이상을 그려갈 새로운 정치인이 탄생할 것이라 믿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었고 더 치열하게 싸워야 했겠지만 그 선택은 또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이룩할 것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냉담했습니다. 너무 쉽게 비판했습니다. 너무 쉽게 포기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슬픔, 아쉬움과 눈물이 당신의 마지막을 애도할 것입니다. 편히 쉬세요.

Posted by honeybadger 트랙백 1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