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월간, 주간 영화잡지를 끼고 살았고, 영화 관련 서적을 전공서적 보다 많이 읽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에 몇 편의 영화를 봤고 그 영화를 나만의 글로 비평하고 그 비평으로 동호회에서 설전을 벌이던 때도 있었다. 그때가 벌써 15년은 훨씬 넘었다.  영화를 업이 아닌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 모든 것들에서 멀어졌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개인의 것이고 그렇기에 남의 비평은 나의 시각과는 달라 그 다름 자체의 묘미가 있다.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논쟁하고 그러면서 또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그것이 영화 비평의 가장 큰 재미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그 기쁨을 다시 찾고 싶었고 유명한 이의 전문적인 비평보다는 조금은  평범한(?) 비평을 접하고 있었다. 마침 “마흔”이라는 비슷한 나이로 시작하는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매우 색다르거나 전문적인 비평은 아니지만 그래서 아주 좋았던 책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비평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꽤 좋았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의 근원은 치유와 희망에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 건강함도 선사해주었다. 비슷한 나이이니 내가 봤던 영화들이 대부분이어서 그것도 좋았다. 


예전에 영화 이야기를 하던 지인이 이제 제작자로 CP로 현업에서 실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묘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들과는 다르게 영화는 앞으로도 나에게는 취미의 영역이겠지만 그래도 영화는 삶에 대해서, 가치에 대해서 계속 돌아보게 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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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이기는 방법

2018.03.13 00:26 from Life note

http://1boon.kakao.com/changeground/Illktoon1110


28살부터 직장생활을 했으니 대략 14년이 되었다. 그중에 9년 정도는 이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마케팅리서치 관련한 일을 했다. 물론 난 마케팅리서치를 정말 좋아했고 아직도 그 일이 내 적성에 꽤 맞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미래를 보았던 세계에서는 그 일의 실효성이 매우 낮았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후방에서 그럴 듯한 훈수를 두는 것보다는 실제 전선에서 포화를 맞고 깃발을 꽂고 싶다는 치기도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커리어를 기획자로 변경했다. 


처음 기획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냥 나이만 찬 신입 기획자에 불과했다. 먼저 시작한 모든 기획자는 당시의 나에게는 천재였다. 결국 나에게 존재했던 것은 직장생활 처음부터 훈련된 엉덩이 파워와 책임감, 그리고 어렵게 세상에 내놓은 내 서비스에 대한 애정이 유일했다. 그나마 이제서야 밥값 정도는 하지 않을까 섣부른 근자감을 갖기는 하지만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만약 내가 처음부터 기획을 했더라면...”이라는 아쉬운 가정을 매번 한다. 그 가정의 반은 그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기도 하고 나머지 반은 경험이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 앞에서, 나보다 훨씬 좋은 판단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 여전히 난 많이 낙담하고, 동경한다. 


이현세의 이야기는 매우 꼰대스럽다. 왜 꼭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이루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꾸준히 나아가는 것에 대한 가치는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되고 천재가 아닌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모차르트 앞의 살리에르 처럼 천재만 바라보다 영혼마저 병들지 말고 모차르트 따위는 잊고 살리에르의 음악을 하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살리에르의 음악을 모차르트의 음악보다 높게 평가하겠지만 상대적인 우위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비교한 절대적인 진화만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실제 역사를 보면 살리에르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의 레전드을 키워냈으니 그만의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또 그 길들은 결국 하나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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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관련한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별로였다. 업계 외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겠지만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들을(대부분 부럽기짝이 없는) 짜집기 했거나, 구글에 대한 경외로 가득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책도 그 부류로 생각했다. 심지어 제목을 봐라. 딱 감이 오지 않나? 더구나 큰 관심 없는 인사(HR) 영역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적인 책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구글이 얼마나 부러운 인사 정책을 갖고 있는지 나열이 아니라 그 이면의 심층을 다루고 있다. 어떤 철학에서 구글이 그런 정책들을 도입하게 되었는지, 피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행의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구글 최고인적자원책임자가 쓴 책이니 당연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래서 미화나 일정정도의 부풀리기는 존재하겠지만...)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인사를 업무로 담당하시는 분들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필독서로 몇 번을 두고 두고 읽어볼 가치가 있다.  회사의 피고용인(?)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 


전통적으로 회사는 직원을 성악설의 관점에서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사람은 근본적으로 악하고 나태해 관리하지 않으면 엇나가게 된다는 시선이다. 아마 대부분 회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이 기조를 근간으로 인사정책이 꾸려왔다. 하지만 구글은 성선설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고 모든 인간은 적절한 기회, 자극이 주어지면 발전한다는 관점이 그것이다. 관리하지 않아도 강력한 의미와 동기부여가 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고 구글 인사정책의 토대다. 


그럼에도 속된 말로 널널함을 지향하거나 좋은 것이 좋다는 주의는 아니다. 모든 것을 목표 관점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그 목표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당해하다.) 그 목표의 달성여부를 통해 성과 또한 철저히 관리한다. 또한 그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그렇기에 직원들은 자신의 목표와 수준, 달성여부, 개선사항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에 따라때 혼동과 아규가 없다. 우리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내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는체 달리고 정신차려보니 성과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도통 왜 그런 결과를 받았는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치 없는 사람은 없고 모든 사람은 적합한 곳에 쓰여질 때 모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관점에서 보면 내가 혹은 회사내의 누군가가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면 제일 먼저 적합한 곳에 쓰여지고 있는가?를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채용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채용한다. 마치 10명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1명이 퇴사하면 숫자를 맞추기 위한 무게감 정도로 채용을 진행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1명이 아니라 적합한 1명이다. 이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에 구글의 채용 프로세스는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귀하게 뽑았으니 당연히 그 직원에게 최고의 투자를 하고 어떻게든 직원 개인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에 집중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뽑아두고 알아서 자생을 강요하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려우면 그냥 내보낸다. 결코 회사와 운명공동체가 되기 힘든 구조다. 월급루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구글은 정말 뛰어난 (정확하게는 구글에 맞는) 사람을 신중하게 뽑고 신뢰에 기반해 가능한 모든 복지를 제공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의미를 부여한다. 일을 하는 과정과 결과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한다. 구체적인 유용한 내용들도 정말 많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재미 있게 읽은 책이고 내 책임이 더 커지게 되거나 무엇인가를 시작하게 된다면 다시 꺼내들고 꼭 읽어야 할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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