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낌에 관하여

2018.11.28 00:48 from Web Note

카피... 베낌은 어느 분야에서든 이슈다. 진위 여부에서부터 경계에 대한 정의까지 항상 논란이다. 비단 베낌에 대한 논란은 IT 서비스에서도 여전하다. 어느 게임은 겉모습만 빼고 어느 게임을 그대로 베꼈다고도 하고, 심지어 비즈니스 모델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형상까지도 아예 똑같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한 제품들을 제외하고 동일 카테고리 안에서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90% 정도는 유사하다.  10% 정도의 차별성으로 대부분 경쟁한다. 그 안에서의 경쟁은 베낌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누가 더 잘하느냐의 싸움이다. 솔직히 우리 새로운 서비스, 기능, 화면을 기획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동종 서비스의 벤치마킹부터 하지 않는가? 시작부터 100% 오리지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의 로켓 인터넷이라는 인큐베이팅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영미권에서 뜨는 서비스를 그대로 빠르게 베껴 신흥국에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다.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성과를 얻어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오리지널 서비스가 진출할 때쯤 높은 가격으로 그 서비스에 매각하기도 한다폼도 안나고 욕도 먹지만 이 얼마나 영리한 전략인가? 

경쟁자보다 더 잘 만들 자신이 없다면 저작권,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잘 베끼는 것이 낫다. 우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보다 더 많은 자원과 능력을 갖고 있다면 더 우월하고 고유한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검증된 그들의 것을 베끼는 것이 현명한 경우도 있다. 베낀다는 것도 좀 우스운 것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그들의 것을 더 잘 베낄 수 있도록 디자인 가이드, API 등을 다 오픈 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베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잘못 베끼는 것이다. 베낌은 결국 내 서비스의 완결성을 높이고, 전체적인 이용자 경험이 나아져야 한다는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구글의 메터리얼 디자인을 베낀다고 구글 처럼 되는 것이 아니고 애플의 플랫 디자인을 적용한다고 그 나이스함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 베끼는 것도 능력이다. 그렇기에 유사하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그 서비스에 부합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세상에 없는 고유한 것에 대한 주장이 멋지기는 한데 우리는 달려가야 할 목표도 멀고 시간도 자원도 부족하다. 

영화 광해에서 다음의 대사가 있다.

"임금이라면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나라 내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내 서비스를 위해서 내 서비스의 이용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Posted by honeybadg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