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스마트

2018.09.21 01:29 from Book



회사생활을 시작했던 업을 버리고 서비스 기획자로 전향한지 4년 정도가 되었다. 그 나이에 전격적으로 그렇게 업을 변경하는 경우도 드물 것이고 무엇보다 자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가 오픈을 하고 나날이 성장하고 있음이 신기할 정도로 난 무지에 가까웠다. 물론 함께 시작했던 두 명의 훌륭한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다.


처음 들어간 개발 회의에서 10%는 이해를 했을까? 전체 일의 흐름을 미리 계획하고 움직이는 편인데 바로 다음 스텝에 무엇을 할지도 몰랐던 황망함을,  나의 일천한 경험으로 오픈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미안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유가 없으니 100% 기획한 대로 구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이슈에 critical을 붙여 놓아 한동안 개발쪽에서 critical이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을 몇 번이고 날리고 싶은 미숙 함들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이 많고 경험 없는 초보 기획자였기에 자연스럽게 겸손할 수밖에 없어 모든 사람들에게 조언과 배움을 구했고, 좋고 나쁨의 판단조차 서툴렀기 때문에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 무엇이 리스크인지 분간할 수 없어서 두려움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 점이 서비스에게는 나름의 디테일과 튼실함을 나에게는 빠른 성장을 가져오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연히 집어 든 이 책 "루키스마트"를 읽으며 지금도 여전히 모자라지만 그 당시의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은 베테랑보다 루키들의 성과가 더 좋을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와 관찰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초반의 이야기들은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그 프레임에 대부분의 것들을 욱여넣는 느낌이라 흥미가 떨어져 완독을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안주하고 관행으로 일하는 베테랑이 되어서는 안되고 여전히 루키의 마인드를 갖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요즘은 그때의 두려움과 미숙함이 자리했던 곳에 튼실한 경험과 안정감이 차지했지만 그때의 열띤 흥분을 쉬이 찾기가 힘들다. 아마도 그래서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고 그게 스트레스다. 바로 이것이 루키의 마음을 잃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서비스만을 바라보던 그 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Posted by honeybadger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