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던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이제서야 다 읽었다. 번역에 오류가 많다고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중학생 시절에 읽은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이후에 읽은 유일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전국민적인 사기극이라 회자되기도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경영학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은 가장 큰 촉매제이기도 했다.) 내용을 떠나서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대부분의 자서전에서 취하고 있는 영웅담, 위인화의 형식이 아닌 한 대상을 객관적으로 다방면에서 조망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왜 스티브 잡스가 삶에 있어서 그러한 태도와 선택을 했는지? 환경에 대한 분석,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저술력과 자신에 이야기를 미화시키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서술되기를 원한 잡스의 의지가 잘 반영된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잡스는 자신의 자서전마저도 최고가 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어차피 누군가가 쓸 것이라면 자신이 직접 쓰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라고 했다. 얼마나 잡스다운가?)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지만 읽는 것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잡스의 일생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2세대 실리콘밸리 혁명 이전의 1세대의 발전과 괘를 함께 하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현재의 실리콘밸리가 이루어진 역사적 토양도 살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많은 시사점과 화두를 던져주었기에 꼭 읽어볼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1. 무엇보다 진심으로 애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성공이 잡스의 절대적인 현명함이나 통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잡스는 누구보다 기술과 애플을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내는 기기를 사랑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이 애정이 성공의 가장 큰 첫번째 요소다. 많은 사람들은 일과 비즈니스를 일로서 대한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의 삶만큼 일을 사랑했다. 사랑했기에 어느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지점을 꿈꿨던 것이고 그 꿈으로 험난한 장애를 넘어설 수 있었고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설레여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지 잡스는 직접 삶으로 묻고 있는 것 같다.

2. 효율성보다는 철학이 중요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최우선의 덕목으로 효율성을 고려한다. 효율성은 기본적으로 투자대비 효과를 최대화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리스크를 중요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높은 효과는 많은 투자를 수반하게 되고 이는 곧 높은 리스크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효율성을 고려할수록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될 여지가 많아진다. 하지만 잡스는 효율성 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가치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쓰레기다라는 철학은 분명 효율성과는 정 반대편의 입장이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니즈가 없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는데 적합하지 않거나 불편해서, 즉 절대적으로 못 만들어서 망한다 라는 점을 보면 이는 절대 틀리지 않은 의사결정의 매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실을 누구나가 다 알 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리스크에 휘둘려 타협하고 소극적이 되어간다. 결국 가슴 깊은 곳의 철학이 없는 상태에서는 얄팍한 논리싸움이 되어 버리기 싶고 그 논리 앞에 절대적인 가치는 사라져가는지도 모르겠다.



3.
인간적이지 않더라도 타협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부분이 잡스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되는 그의 성격적인 측면이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폭언을 일삼고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물론 현실에서 이런 타입을 만나면 난감하고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런 타입은 조기 축출되는 운명에 처한다.(그도 애플에서 결국 축출되었고…) 그런데 잡스는 그러했다. 그것은 아마도 앞서 언급한 애정과 그가 갖고 있는 철학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고 한번도 그 부분에 타협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인 것이다. 건드리면 터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지점에서 싸움의 방식이 잡스식이 맞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많은 대상들과 논의하고 협의하면서 결과들을 도출한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결론의 도출과정일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타협의 연속이다. 조직과 개인의 논리에 의해서 타협하고, 일정으로 타협하고, 일이 많아져서 타협하고 등등 그 과정 속에서 나온 것은 모호하기 그지 없는 결과물일 수 밖에 없다. 좋은 협업은 초기 설정된 핵심적인 가치와 니즈를 얼마나 발전시키느냐가 되어야 하는데 얼마나 불협화음이 없느냐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4. 환경과 관계들의 소중함과 중요성

잡스라는 역사장 가장 흥미롭고 스마트한 CEO는 결국 다양한 환경들과 관계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른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던 시대에 그 시대의 중심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으며 엔지니어인 아버지에 의해 입양되었기에 기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을 수 있었다. 자신의 불행한 출생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으로 삶과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으며 워즈니악을 통해 비로서 그가 가진 이상을 현실화 시킬 수 있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잡스는 환경과 관계들에 의해서 변화되고 진보될 수 있었다. 또한 타이밍. 그의 재능이 피어날 수 있던 시기.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잡스는 성공할 수 있었다. 자서전이기 때문이겠지만 읽다 보면 잡스의 순간 순간에 어쩜 그렇게 좋은 타이밍이 도래하고, 조력자 혹은 경쟁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교훈을 주는 사람들이 등장하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현실이기에 시대와 운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IT벤처로 성공한 분들이 80년대 중 후반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이고 이들이 졸업할 무렵에 인터넷 시대의 성장이 시작되었다는 점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환경과 관계가 중요한 결정계수라면 허무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변화들이 그 만큼 중요하고, ,간접적으로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점이다. 그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환경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필요할 것이고 관계에 대한 발전과 노력도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자세 또한 요구된다.

다른 부분들도 많지만 크게 4가지 정도가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 자서전의 핵심적인 시사점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던져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는 점이 잡스에게 가장 부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 대한 반성과 돌아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으로 맥과 아이팟과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와 그의 창조물들이 지구상에 미친 영향은 위대하다.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그의 부재를 아쉬워할 것이고 삶의 순간순간의 선택 앞에서 그를 떠올릴 것이다.

Posted by honeybadger 트랙백 1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