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업무는 ROI 관점에서 평가된다. 즉 투여된 리소스(비용, 노력, 인력 등)대비 성과가 더 큰가로 평가가 된다. 리서치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리서치를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리소스 대비 해서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가? 시사점이 있는가? 실제 사업에 반영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존재하는가? 등으로 평가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 프로젝트 단위의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든다. 결과물에 있어서 실패하거나 임팩트가 낮아도 성공한 리서치인 경우도 많다.




상황1. 의사결정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데이터 추출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리서치

전체 인구 중 인터넷 유저의 비율이라던가? 온라인 게임 유저 중 주 이용 게임으로 market share를 구해본다라는 것과 같이 기초 데이터를 추출하는 리서치의 경우 그 목적이 정확한 데이터 추출에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인사이트, 통찰력을 얻기는 힘들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해당 리서치를 통해서 추출한 데이터는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을 이루거나, 리서치 기획 시 제일 먼저 참고해야 할 데이터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의 임팩트가 작다. 누가 봐도 심심한 데이터의 향연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기초 데이터는 활용될 여지가 무궁무진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리서치의 튼실한 바탕을 이룬다. 하지만 결과 자체가 심심하고 이런 형태의 기초조사가 대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추진되기에 소요 비용이 커서 진행이 쉽지 않다.

 

상황2. 새로운 방법론 혹은 접근을 실험해야 하는 경우

결과 위주의 평가가 이루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조사기획에 있어서도 소극적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해서 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해 안정적인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 새로운 방법을 실험했는데 그 실험이 실패해 결과 자체가 무의미하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의 리스크 보다는 안전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 경우 실패했다고 평가 받을지 모르지만 조금 더 의미 있는 방법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고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상황3. 인색한 R&D

상황 2와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웹서비스, 게임과 관련된 리서치를 진행 하다 보면 전통적인 리서치 방법에 대한 회의와 한계로 사뭇 아쉽다. 결국 전통적인 리서치 방법들을 업종에 맞게 수정, 발전 시켜야 하는데 실제 프로젝트를 갖고 진행하기에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크다. 리서치 회사들에서 적극적으로 연구해주고 방법들을 전파해주면 좋겠지만 국내 리서치 회사들 중 다양한 형태로 방법론을 연구하는 회사는 드물다. 설령 있다고 해도 리서치 물량 자체가 크지 않은 웹과 게임에 투자하기 보다는 전자, FMCG의 시장 규모가 큰 업종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직접 답을 찾아야 하는데 리서치에 소요되는 리소스가 비용으로 인식되다 보니 조직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모 전자회사는 휴대폰 신제품 개발과 관련되어 글로벌 하게 적용될 방법을 찾기 위해 10억이 넘는 비용을 소요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최종적으로 개발된 방법을 통해 개발한 휴대폰이 연속적으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 성공 앞에서 10억은 껌값이다.

 

대략 3가지 상황에서 겉으로 보기에 실패한 리서치, 얻을 것이 없는 리서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기초 데이터의 확보를 위한 실패, 새로운 방법론을 찾기 위한 실패, R&D를 위한 실패는 장기적으로는 현재 소요된 리소스 보다 더 큰 효용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경우일 것이다.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고 적당한 수준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사실 의지가 있다면 환경의 제약이 있더라도 조금씩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도전적으로 임한 리서치 중에 실패한 리서치는 없다. 다만 게으름으로 방만하게 진행된 실패한 리서치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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