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리서치 대행사의 보고서를 받고 그 수준이 낮고,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형태로 도출되었을 때 많은 리서치 담당자가 그 문제를 리서치 대행사의 역량이나 진행과정에서의 문제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러한 결과의 적어도 50%는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서치 담당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해당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대체로 다음 2가지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해당 리서치 대행사를 선택한 것은 리서치 담당자 본인이다. 즉 제안서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해당 프로젝트의 최적 파트너로 해당 리서치 회사로 의사 결정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라 상위 의사결정자가 결정했다고 해도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본인 책임이다.

 

제안서가 가장 훌륭해서 선택했다고 해도 제안서만으로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제안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실제 진행할 담당자가 작성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고 유관된 다른 프로젝트의 제안서를 적당히 수정해서 제출했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실무자의 평판을 조회해 볼 필요도 있고 제안 내용에 대한 PT, Q&A와 같은 방법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리서치 담당자가 해당 프로젝트의 배경이나 목적을 리서치대행사에 정확하게 이해시키지 못했을 수 있다. 내부에서 작성한 문서도 공유하고 그 문서도 설명했다고? 공유와 설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리서치대행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가 중요하다. 리서치대행사는 일반적으로 업종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있지만 실제 해당 업종, 기업에 속한 리서치담당자만큼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이나 배경을 정확히 이해할수록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 더불어 더 좋은 방법의 적용을 고민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리서치담당자가 대충 설명해주고 알아서 리서치대행사가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하고 결과물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리서치대행사에게 원하는 결과물을 독촉한다. 그런데 대체로 이 시점에서는 조사주제에 대한 데이터수집이 완료된 단계이기 때문에 다시 이해시켰다고 해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는 힘들다.

 

이와 같은 2가지 지점에 대한 냉정한 자기 판단 없이 리서치 대행사를 푸쉬 하는 것은 을에 대한 갑의 횡포에 가깝다.

 

물론 리서치대행사쪽에도 문제의 원인은 존재한다. 하나는 너무 업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웹서비스와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 분야가 역사가 짧기도 하지만 너무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설익은 제안과 일처리를 하는 대행사도 많다. 프로젝트 시작 전 배경에 대한 스터디는 리서처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아닌가? 또한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리소스를 투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작은 프로젝트인 경우 어느 정도의 품질하락이나 문제 발생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도 문제다. 리서치대행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의 100억짜리 프로젝트보다 중요한 천만원짜리 프로젝트인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리서치담당자(코디네이터) 입장에서는 기획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기획단계의 판단이 진행, 보고서단계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기획단계에서 논의되지 않은 이슈로 리서치대행사를 쪼지 말고 위의 2가지 사항에 유념해서 기획단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으면 한다.

 

그리고 리서치대행사도 전문적인 리서치용어나 통계용어로 대략 얼버무릴 생각 말고 업종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부터 노력했으면 한다. 가끔 전혀 관련이 없는 통계지식이나 리서치 지식을 언급하면서 슬쩍 문제를 덮으려는 리서치대행사를 만나면 사기꾼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Posted by Luke Skywalker 트랙백 1 : 댓글 0